오늘은 멀지만 몇 년 새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 되어버린 ‘중동’, 그중에서도 지역을 대표하는 두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긴장 관계에 대해 뒷얘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사실 두 나라 사이의 긴장 관계는 하루 이틀 사이에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의 사이가 아주 좋기란 쉽지 않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도 ‘중동의 형제’라 불리며, 깊은 교류와 문화적 공통점을 바탕으로 긴밀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는데요. 그게 클라우드 혹은 디지털 기술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끝까지 다 읽으시면 알게 됩니다!

‘아부다비’, ‘두바이’ 알지만… 들어는 봤니, ‘리야드’?

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가 어디인지 알고 계셨나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에 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알아도 그 수도 리야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석유 생산량을 앞세워 경제와 국력의 덩치를 키운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지역의 맹주인 건 확실합니다. 아랍 국가 중 유일한 G20 국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중동 지역에 출장을 간다면, 또는 관광을 하러 간다면 그 도착지는 리야드가 아닌 아랍에미리트의 두 도시, 아부다비와 두바이 중 하나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포스트 오일

Abu Dhabi, Source: traveler.marriott.com/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는 현재 도시 내에 5개의 경제 자유 구역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부다비 투자 진흥청(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은 세계 최대 펀드 중 하나고요. 잘 알려진 것처럼 두바이엔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있죠.  아부다비는 2022년 글로벌 도시 성장 전망(GCO) Top 10 중 9위에 뽑혔고요. 두바이는 같은 지수에서는 11위였습니다. 전 세계 150개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이 보고서에서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중동 지역의 도시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리야드는 30위권 내에 없었습니다. 아랍에미리트가 가장 글로벌한 중동 국가임을 입증하는 것이죠.

2020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7000억 달러로, 아랍에미리트의 2배나 되고 인구로 비교해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에미리트의 3배가 넘습니다. 하지만 1인당 구매력 평가 지수(PPP) 기준으로 아랍에미리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8위, 중동에서는 카타르에 이은 2위입니다. 그에 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에미리트는 물론, 쿠웨이트에도 밀려 중동 지역 내 4위를 기록하고 있죠.

아무리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제 규모나 영토가 더 크고 인구도 많다지만 글로벌에서 평가하는 국가와 도시의 브랜드, 또 실질적 삶의 질에 있어서는 아랍에미리트에 밀리고 있는 형국인데요. 아랍에미리트나 사우디아라비아나 자국의 석유 매장량이 언젠가는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문에 아랍에미리트나 사우디아라비아나 석유 이후의 경제, 즉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석유 없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중동 국가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블로그 글을 참조해 주세요!

 떠오르는 디지털 시장, 중동!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하라, 자금,인력,파트너 쟁탈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두 나라 모두가 석유 다음의 자원으로 주목한 것이 바로 ‘디지털 경제’입니다. 디지털 경제란 모든 경제 활동을 디지털화시켜 그 발전 속도를 크게 증대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세계은행에 따르면 디지털 경제가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총합 1조 6000억 달러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요. MENA 지역의 디지털 경제 시장 규모는 현재 400억 달러가 안되지만 2030년까지 박차를 가하면 4000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경제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금과 함께 고급 인력,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겠죠. 바로 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사이에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회와 자원은 한정적이고, 석유 고갈에 대한 두려움은 큰 만큼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한데요.

아랍에미리트는 오랫동안 외국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42% 감소했지만 아랍에미리트는 달랐습니다. 2020년에도 전년대비 20억 달러가 늘어 199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207억 달러를 달성했죠.

중동 투자

배경에는 아랍에미리트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미 예전부터 중동 지역에서 가장 개방적인 정책을 펴왔던 아랍에미리트는 2019년 자국에서 사업 혹은 투자를 하길 원하거나 AI·빅데이터·SW 등 전문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골든 비자를 주어 10년간 장기 체류를 가능하게 했고요. 2020년에는 허가된 장소에서의 음주와 결혼하지 않은 커플의 동거를 허락했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토요일과 일요일을 휴일로 바꾸기도 했죠.

그런데 이 흐름에 사우디아라비아도 동참하면서 두 나라 사이 경쟁이 본격화됩니다. 아랍에미리트가 중동 지역의 비즈니스 허브이니, 글로벌 기업의 중동 본사들은 당연히 두바이나 아부다비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2021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가 2024년까지 다국적 기업의 본사를 리야드로 옮기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금지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거죠. 글로벌 기업의 중동 지역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 자리를 놓고 아랍에미리트에 도전한 것입니다. 이 조치에 힘입어 리야드는 2021년 말 기준으로 44개나 되는 글로벌 기업의 지역 본사를 유치했습니다. 그해 1월에 20개뿐이었던 걸 감안하면 1년도 안되어서 2배 넘게 증가했죠.

아랍에미리트는 이에 맞불을 놓듯 최근 외국인의 기업 지분 100% 소유를 허용했습니다. 말하자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강경한 태도로 아랍에미리트에 도전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는 당근을 주는 유화책을 어필하며 각자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셈입니다.

‘비전 2030’ vs ‘Projects of the 50’, 승자는 어부지리?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다각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사람이 바로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빈 살만 왕세자, ‘미스터 에브리씽’입니다.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네옴시티로 대표되는 ‘비전 2030’을 내세워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는 G20 국가들 중  ‘Top Digital Riser’로 선정될 만큼 디지털 전환을 위한 포괄적인 정부 지원을 발표했죠.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의료, 제조 그리고 클라우드를 포함한 산업 분야에 투자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특별 경제 구역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런 특별 경제구역을 4~5개는 만들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자연스럽게 이미 여러 경제 구역을 갖추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겠죠.

아랍에미리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국 50주년과 함께 ‘미래 50년을 위한 국가 전략(Projects of the 50)’이라는 이름으로 향후 50년간의 야심찬 성장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기술과 혁신을 성장의 핵심 동인으로 삼아 향후 10년 동안 국가의 경제 규모를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핀테크, 블록체인, AI, 클라우드, 모빌리티 등 미래 핵심 기술 기업들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있죠. 잠재력이 높은 기술 기업들에 문을 열어 석유 자원이 아닌 미래 자원을 개발하기 위함입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를 틈타 중동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데요. 특히 디지털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주요 인프라, 클라우드를 공급하는 CSP 기업들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2026년까지 314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2020년 오라클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Jeddah)에 클라우드 리전을 설립하더니, 같은 해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차례로 리전을 여는 공격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구글도 아람코와 합작 투자의 일환으로 담맘(Dammam)에 리전을 개설했고요. 아랍에미리트에도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를 선두로 알리바바IBM 등 내로라하는 클라우드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습니다. 양국 외에 바레인과 카타르에도 클라우드 리전이 설립되어 중동 지역의 클라우드 전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중동 클라우드 리전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그 틈새에서 두 나라로부터 가장 적극적이고 최적화된 지원을 얻어낼 기업이 바로 승자일 확률이 가장 높지 않을까 싶은데요.

중동 지역에서 디지털 경제 개발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기술 격차입니다. 클라우드를 비롯한 전문 기술에 대한 현지 수요와 공급 사이에 어마어마한 격차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기술을 서로 교류하고 전문성을 보유한 파트너가 절실한 것이죠. 바로 이 가려운 부분을 딱 긁어주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이 치열한 싸움에서 피 흘리지 않고 승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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